
중국의 대표적인 미스터리·모험 콘텐츠인 ‘도묘필기(盗墓笔记)’ 세계관이 다시 한번 중국 드라마 시장을 달구고 있다. 지난 7월 30일 유쿠에서 공개된 드라마 《九门》이 방영 사흘 만에 주요 온라인 드라마 열기 순위 1위에 오르며 2026년 중국 여름 드라마 시장의 새로운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중국 영화·드라마 데이터 플랫폼 마오옌 프로판에 따르면 《九门》은 8월 2일 현재 온라인 드라마 실시간 열기 순위 선두권을 기록하고 있다. 7월부터 이어진 고장 로맨스의 강세 속에서 민국시대 미스터리와 액션, 고분 탐험을 결합한 작품이 빠르게 시청자의 관심을 끌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사라진 401부대, 고분 속에 감춰진 비밀
《九门》은 중국 인기 작가 난파이싼수(南派三叔)가 구축한 ‘도묘필기’ 세계관을 바탕으로 제작된 민국시대 미스터리 모험극이다.
이야기는 전쟁의 긴장이 감도는 창사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장씨 가문의 401부대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자 창사 방어를 담당하는 장교 장치산이 사건의 진상을 추적한다.
조사 과정에서 장치산은 구문 가문의 우라오거우와 훠셴구를 비롯한 여러 인물과 힘을 합친다. 이들은 부대 실종사건의 유일한 단서가 남아 있는 고분 ‘격세루(隔世楼)’로 들어가고, 복잡한 기관장치와 함정, 서로 다른 세력의 음모에 맞서게 된다.
단순히 보물을 찾는 모험이 아니라 부대의 실종과 고분의 비밀, 당시의 정치·군사적 갈등이 하나의 사건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천웨이팅, 장치산 역으로 돌아오다
이 작품이 공개 전부터 큰 관심을 받은 이유는 배우 천웨이팅(陈伟霆)의 복귀다. 천웨이팅은 2016년 방송된 《老九门》에서 창사의 방어관이자 구문 세력의 중심인물인 장치산을 연기해 큰 인기를 얻었다.
그가 약 10년 만에 같은 역할로 돌아오면서 기존 드라마 팬들의 기대가 높아졌다. 장치산은 군인으로서의 냉철함과 구문을 이끄는 지도력, 미지의 사건에 뛰어드는 결단력을 함께 지닌 인물이다.
우라오거우 역은 《종극필기》 등에서 인지도를 높인 쩡순시(曾舜晞)가 맡았다. 우라오거우는 훗날 ‘도묘필기’의 핵심 주인공 우시에의 할아버지가 되는 인물로, 세계관을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천야오(陈瑶)는 구문 가문의 여성 지도자 훠셴구 역을 맡았다. 그동안 남성 인물의 모험과 대립에 집중됐던 시리즈에서 훠셴구가 독립적인 판단력과 행동력을 지닌 인물로 어떻게 그려질지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이 밖에 왕이팅과 잉하오밍, 리나이원, 스샤오룽, 후윈하오 등이 출연해 구문을 구성하는 여러 가문의 이해관계와 갈등을 보여준다.
기존 작품의 반복 아닌 세계관 확장
《九门》은 2016년 드라마 《老九门》의 인기를 기반으로 하지만 기존 이야기를 그대로 반복하는 작품은 아니다. 장치산을 중심으로 구문의 주요 인물들이 새로운 사건을 추적하며, ‘도묘필기’ 세계관의 역사와 인물 관계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제작됐다.
‘구문’은 과거 창사 일대에서 활동한 아홉 개 가문과 세력을 가리킨다. 각 가문은 고분과 유물, 정보, 상업, 군사력 등 서로 다른 분야에서 영향력을 지닌다. 이들의 경쟁과 협력은 후대의 ‘도묘필기’ 이야기로 이어진다.
따라서 기존 시리즈를 본 시청자에게는 익숙한 인물의 과거와 세계관의 연결고리를 확인하는 재미가 있다. 처음 접하는 시청자도 401부대 실종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독립적인 미스터리 모험극으로 감상할 수 있다.
고장 로맨스 일색인 여름 시장서 차별화
2026년 중국 여름 드라마 시장에서는 《百花杀》과 《雀骨》, 《御廷谣》 등 고장 로맨스와 궁중 권력극이 잇달아 공개됐다. 《九门》은 이러한 시장에서 민국시대와 군사 미스터리, 고분 모험이라는 장르적 차별성을 내세웠다.
어두운 고분과 복잡한 기관장치, 민국시대 창사의 거리와 군사시설을 오가는 화면 구성도 작품의 볼거리로 꼽힌다. 여기에 장치산과 우라오거우, 훠셴구 등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인물들이 의심과 충돌을 넘어 협력하는 과정이 극을 이끈다.
고분 탐험 장르는 반복적인 함정과 괴이한 생물에 의존할 경우 서사가 단조로워질 수 있다. 《九门》이 장르적 볼거리와 인물의 관계, 역사적 배경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결합하느냐가 장기 흥행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초기 화제성 넘어 작품성 입증할까
《九门》은 공개 직후 마오옌 실시간 열기 순위 정상에 오르며 흥행 가능성을 보여줬다. 천웨이팅의 복귀와 ‘도묘필기’ 세계관의 인지도, 유쿠의 집중적인 홍보가 초기 관심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현재는 방영 초기이기 때문에 실시간 화제성이 최종 흥행과 작품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미스터리의 완성도와 고분 탐험 장면의 긴장감, 복잡한 인물관계를 끝까지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럼에도 《九门》의 초반 흥행은 중국 드라마 시장에서 검증된 지식재산권과 장르물의 영향력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로맨스 중심의 여름 드라마 경쟁 속에서 미스터리·모험 장르가 새로운 선택지로 부상할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은다.













